미국의 전기차(EV) 세액공제 제도가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며,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완성차·배터리 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미국 의회에서 공화당 주도의 세제개편안이 속도를 내면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제공되던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세금 혜택이 사실상 조기 종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IRA 세액공제, 6년 조기 종료 추진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제이슨 스미스 위원장(공화당)은 세금 감면 및 재정지출 개편 내용을 담은 초대형 세법 개정안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법안에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도입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핵심 조항인 전기차 세액공제(30D)와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를 조기 종료 또는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 전기차 세액공제(30D): 당초 2032년까지 제공되던 전기차 구매자 대상 최대 7,500달러(약 1,060만 원) 세액공제 혜택을 2026년 말로 종료 시점 단축
- 배터리 생산 보조금(AMPC): 배터리 생산자에 지급되는 생산세액공제를 2032년까지로 1년 앞당겨 종료
공화당은 이번 개편안을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전까지 신속하게 입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이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감세와 일자리법(TCJA)'의 후속 법안 성격을 갖고 있어, 당 지도부가 총력을 기울이는 사안입니다.
IRA 축소,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
이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다름 아닌 미국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해온 현대차그룹과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입니다.
현대차는 조지아주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설립하고 현지 생산을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아이오닉 5, EV6, EV9 등 주요 모델이 올해부터 IRA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공화당 법안이 통과되면 이들 차량에 대한 세액공제는 올해 말까지만 제공됩니다.
배터리 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AMPC는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경우 제조단가를 크게 낮춰주는 핵심 제도이지만, 해당 보조금이 종료되면 미국 내 생산 기반의 채산성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흑자 전환의 핵심이 AMPC에 있다”고 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입니다.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예산안’, 통과 가능성은?
공화당은 이번 개편안을 ‘크고 아름다운 예산안’의 부속 법안으로 분류하고 **예산안 조정 절차(reconciliation)**를 적용해 상원의 필리버스터(합법적 표결 지연)를 우회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과거 트럼프 행정부가 TCJA를 통과시킬 때 사용했던 방법으로, 단순 과반만으로도 법안 통과가 가능합니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이 53석을 확보하고 있어, 당 내부 일부 반대표만 관리하면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는 계산입니다. 문제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지역구 대부분이 공화당 의원의 지역구라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법안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은?
현대차그룹은 변화하는 미국 정치 지형에 대비하기 위해 트럼프 전 하원의원 드류 퍼거슨을 워싱턴사무소장으로 영입했습니다. 퍼거슨은 조지아주 출신으로, 현대차 신공장이 위치한 지역 정치와 산업계에 정통한 인물입니다. 또한 정의선 회장은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210억 달러(약 30조 원)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공화당과의 접점을 확대해 왔습니다.
배터리 3사도 미국 내 파트너 기업과의 합작 법인을 통해 현지화율을 높이고, 비 IRA 의존형 수익 모델 전환에 힘쓰고 있습니다. 다만, IRA 축소가 현실화되면 단기간 내 수익성 확보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법안 통과 여부, 끝까지 지켜봐야
현재 공화당의 세제개편안은 아직 ‘확정된 법안’은 아닙니다. 민주당의 저지, 공화당 내 일부 이탈표 가능성, 그리고 지역구 이해관계 등이 얽혀 있어 예단은 이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전략이 변곡점에 들어섰다는 점입니다.
세액공제를 기반으로 이뤄진 수조 원대의 대미 투자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는 앞으로 몇 달간 미국 의회의 움직임에 달려 있습니다. 현대차와 배터리 업계는 지금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검토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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