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선을 앞두고 주식시장에서 또다시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유력 대선 후보의 일정이나 발언 하나에 따라 특정 기업 주가가 하루 만에 상한가를 찍고, 이 과정에서 기업 내부자들은 막대한 차익을 챙기며 주식을 매도합니다. 그러나 남겨진 개인 투자자들은 급락한 주가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처하게 되죠.
‘AI 투자 100조’ 발언에 주가 폭등…그 틈에 팔아치운 임원들
대표적인 사례는 DSC인베스트먼트입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첫 일정으로 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를 방문하면서 “AI 투자 100조 원 시대”를 열겠다고 발언했는데요. DSC인베스트먼트는 과거 퓨리오사AI에 투자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갑자기 ‘이재명 테마주’로 묶였습니다.
발언 직후인 4월 14일, DSC인베스트먼트의 주가는 6,470원에서 8,410원으로 30% 급등,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임원 8명이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한 사실이 드러났고, 주가는 4월 23일 11.39% 급락하며 다시 내려앉았습니다.
DSC의 주요 임원들은 많게는 20~24억 원대 규모의 주식을 장내 매도했습니다. 대표 윤건수의 배우자도 주식을 팔아 약 19억 원의 이익을 챙겼습니다. 고점에서 회사 내부자들이 팔아치운 결과, 피해는 결국 개미들에게 돌아간 셈입니다.
에이텍·오리엔트정공·동신건설도 예외 아냐
비슷한 사례는 넘쳐납니다. 에이텍은 이재명 전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인연이 있는 인물(신승영 대표)이 운영하는 기업으로,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됐습니다. 주가는 지난해 말 1만4000원대에서 4만500원까지 폭등했으며, 신 대표는 이 기간에만 91억 원어치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이후 103억 원어치의 추가 매도를 예고하기도 했죠.
오리엔트정공의 장재진 대표는 주가가 1000원 안팎에서 6000원대로 오르자 주식을 팔아 57억 원을 챙겼고, 동신건설 대표의 친인척도 주식 59억 원어치를 처분했습니다. 해당 기업들은 정치인과의 직접적인 연관보다는 지역이나 과거 활동 이력 등의 ‘연상 연결고리’만으로 테마주로 묶였습니다.
교묘하게 법망 피해가는 내부자 매도
2023년 7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상장사 주요 주주가 주식을 대량 매도할 경우 30일 전 사전 공시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규제를 피해 가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예컨대, 코나아이 조정일 대표는 규제 기준인 ‘50억 원’을 **고의로 밑도는 규모(약 45억 원)**로 주식을 팔아, 사전 공시를 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개미들만 피 흘린다
정치 테마주로 가장 피해를 입는 건 결국 개인 투자자들입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재명 테마주 중 하나인 상지건설에 투자한 고객의 평균 매수가는 42,263원, 평균 수익률은 **-26.49%**로 나타났습니다. 투자자의 93.5%가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2023년 12월 ‘12·3 비상계엄’ 이후 현재까지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 **52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3.1%**였으며, 투자자의 83%가 손해를 보았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0.5% 하락, 코스닥은 3.6%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정치 테마주의 성적표는 참담합니다.
거래소 경고 “확인되지 않은 풍문, 추종 매매 자제하라”
한국거래소도 나섰습니다. “정치 테마주는 기업 실적이나 본질 가치와 무관하게 단순한 연결고리만으로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며, **“확인되지 않은 풍문이나 막연한 기대감에 따라 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마무리하며
정치 테마주는 단기적으로 보면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 배후에는 대주주·경영진 등의 철저한 계산과 개인 투자자들의 ‘묻지마 추종 매수’가 얽혀 있습니다. 이익은 내부자가, 손실은 개미가 감당하는 구조.
정치 테마주의 유혹이 강해질수록, 우리는 더 냉정하게 판단하고 투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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